▶ 네 번째 상담
남편이 회사일 때문에 늦는다고 하여 나혼자 받기로 했다. 여기서도 늦는 태도에 열받았지만 나는 상담이 받고 싶었기에 상담 선생님께 연락드리고 혼자 받으러 갔다. 선생님이 나만 그런게 아니라 부부상담의 경우 심심치 않게 한 쪽 배우자가 늦거나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셨다. 그래. 남들도 그렇구나.
아무래도 상담 시간을 혼자 쓰다보니까 같이 왔을 때 보다 더 많은 내 얘기를 하게 됐다. 같이 안 왔다는 섭섭함이 물러나고 내 얘기를 한참 한 것에 대해 만족감이 들었다. 그리고 잇츠 선생님께서도 옆에 남편이 앉아있을 때와 개인상담을 할 때 무드가 달랐다.
아, 이 김에 내 개인상담으로 남은 상담을 돌려볼까 싶기도 했다. 내 얘기를 내 입장에서 오로지 내 중심의 이야기를 할 때의 위로가 컸다.
▶ 다섯 번째 상담
집안에 일이 생겨 2주만에 상담실에 방문했다. 남편이 같이 왔고, 상담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자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나참,,,
가식적이라고 느껴졌다. 집에서도 이렇게 곧바로 사과도 안하면서 여기서 마치 괜찮은 사회인처럼 사과하는 걸 보니 환장하겠다. 사과를 받고도 똥 씹은 표정이었던 것이 선생님 눈에도 보였는지 나한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으셨다.
그냥 과감없이 다 말했다. 어찌보면 그 순간에 공격적으로 말했는데 상담선생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잘했다"고 그래서 벙쪘다. 솔직하게 말한 것이 잘 한 것인가?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나한테 감정을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데 이번에 말로 표현하니 명확하고 어떤 것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내가? 내가 비언어적 표현을 많이 쓴다고?' 3회 때 상담과 맞물리면서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여전히 난 불편할 때 말을 하지 않고 태도나 말투, 차가운 눈빛으로 너 느껴봐라, 너가 캐치해라, 하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선생님이 기회가 되면 말보다 비언어가 익숙한 이유를 떠올려 오라는 숙제를 내줬다.
▶ 여섯 번째 상담
오늘은 나 말고 남편이 중심되는 상담이었다. 방심하고 왔다가 제대로 털린 느낌이었다. 나는 살짝 힘을 빼고 그냥 참석에 의의를 두었더니 편하다. 남편이 가시돋친 말을 하는 부분, 본인도 후회하면서 공격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해 상담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구체적인 부부 의사소통 방법을 알려주셨다. 아는 것이지만 심지어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상담실에서 시뮬레이션 해보니 둘 다 못하고 버벅됐다. 남편이 원래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거나 지적받는 것을 싫어해서 상담 선생님이 말할 때랑 시뮬레이션 시킬 때 비협조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하더라. 그 모습이 웃겼다.
▶ 일곱 번째 상담
나는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말로 표현하는 걸 연습하고, 남편은 날카로운 말을 할 때 멈추고 거리두는 연습을 했다. 사실 일주일 동안 둘이서 연습한 적은 없지만 자기의 어떤 부분에 대해선 둘 다 인지하고 있는지라 저항없이 시키는대로 했다. 누워서 절받는 기분인데 남편은 그렇게라도 받으니까 좋댄다. 잇츠 선생님이 남편의 어이없는 태도를 내가 웃음으로 받고 있다는 점을 찾아서 말씀하셨다. 진짜 좋은게 아니라 어이없어서 웃은건데 이 마저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한다.
남편은 내가 말할 때 끄덕끄덕 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갖고 있는 사인들을 제대로 보기만 해도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다. 그럴까? 우리는 정말 서로를 안 보고 있었던 건가?